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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바다를 활용한 해상풍력 발전이 급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산과 평지를 활용한 육상풍력이 대세였지만, 최근 해상풍력이 기술·경제·환경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며 에너지 시장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왜 해상풍력이 육상풍력을 넘어서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생각보다 구체적이며, 앞으로의 에너지 전략과 직결된다.
해상풍력과 육상풍력의 구조적 차이
해상풍력과 육상풍력은 기본적으로 바람의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은 동일하지만, 설치 위치에 따라 발전 조건과 구조 설계가 크게 달라진다.
육상풍력은 평지, 산지, 구릉 등에 설치된다. 상대적으로 설치 비용이 적고, 유지보수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입지에 따라 풍속 변화가 심하고 소음·경관 문제로 인한 주민 반대가 적지 않다.
반면, 해상풍력은 바다에 설치된다. 특히 대륙붕 인근은 풍속이 빠르고 일정하며, 탁 트인 공간 덕분에 대형 터빈 설치가 가능하다. 또한 소음·경관 피해가 적어 사회적 수용성이 높다.
기술적으로는 육상풍력은 일반적으로 2~4MW급 터빈을 쓰는 반면, 해상풍력은 8MW 이상, 최근에는 14MW급 초대형 터빈도 상용화되고 있다. 설치 단가는 더 높지만, 단위 발전량은 훨씬 크다는 게 특징이다.
해상풍력이 육상풍력을 능가하는 기술적 이유
첫 번째 이유는 풍속의 안정성이다. 바다는 장애물이 없고, 연중 평균 풍속이 7~10m/s 이상으로 일정하다. 이는 곧 발전 효율의 극대화로 이어진다. 같은 터빈을 설치하더라도, 해상에서 얻을 수 있는 전력은 육상보다 많다.
두 번째는 대형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해상은 부지 제약이 없기 때문에 직경 200m에 달하는 블레이드와 150m 높이의 타워 설치도 가능하다. 육상은 도로 폭, 운송 문제, 건축 규제 등으로 인해 대형 터빈 도입이 쉽지 않다.
세 번째는 풍력 발전단지의 확장성이다. 육상은 토지 사용권, 환경영향평가, 주민 민원 등으로 규모 확대가 제한적이지만, 해상은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제도를 통해 장기적인 에너지 공급원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해상풍력은 수심에 따라 부유식(Floating) 기술 적용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해저에 고정하는 방식이었지만, 현재는 부유형 터빈이 개발되어 수심이 깊은 바다에도 설치 가능해졌다. 이는 곧 전 세계적으로 적용 가능한 기술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성과 친환경성에서 해상풍력이 유리한 이유
해상풍력의 초기 설치비용은 육상보다 높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에너지 생산단가(LCOE, Levelized Cost of Energy)**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블룸버그와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30년 이전에 해상풍력이 일부 지역에서 석탄화력보다 저렴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유럽에서는 해상풍력 단가가 2015년 대비 2023년 기준 50% 이상 감소했다. 이는 기술 개선, 터빈 대형화, 운송·설치 최적화, 유지보수 자동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친환경 측면에서도 해상풍력은 매우 큰 이점을 가진다. 육상풍력은 소음과 그림자 깜빡임(Shadow Flicker) 현상으로 주민 민원과 갈등 유발이 많지만, 해상풍력은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져 설치되므로 갈등 요소가 적다. 생태계 영향도 과거 대비 정밀하게 분석되며, 조류 이동 경로, 해양 생태 보호 방안 등도 기술적으로 정착되고 있다.
또한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를 중심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도 기대된다. 항만 인프라 개선, 전문 인력 양성, 부품 공급 산업 육성 등 지역 균형 발전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준다.
해상풍력의 글로벌 확산과 한국의 잠재력
현재 해상풍력 발전을 가장 활발히 도입하고 있는 국가는 영국, 덴마크, 중국, 네덜란드 등이다. 특히 영국은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 용량을 50GW까지 늘리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중국은 세계 최대 해상풍력 설치 국가로 떠올랐다.
한국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상풍력 잠재력이 매우 큰 국가다. 서해·남해를 중심으로 수심이 얕고, 바람 자원이 풍부한 해역이 많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14.3GW 설치를 목표로 하며, 신안, 군산, 울산 등에서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특히 울산은 수심이 깊은 동해안을 활용해 세계 최초의 부유식 해상풍력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향후 일본, 대만, 미국 등 수심 깊은 국가들에도 적용될 수 있는 선진 기술로 평가받는다.
다만 해상풍력 확대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주민 수용성 확보, 어업권 문제, 해양 생태계 보호, 송전망 확보 등이다. 하지만 이는 육상풍력보다 해결 여지가 크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상풍력이 갖는 경쟁력은 분명하다.
결론 – 바다는 더 이상 단순한 경관이 아니다
✅ 해상풍력은 육상보다 안정된 풍속과 대형화 가능성, 확장성 측면에서 우위를 갖는다.
✅ 초기 설치비는 높지만, 에너지 생산 단가가 급속도로 낮아지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 주민 수용성, 환경성, 확장성 모두에서 해상풍력은 장기적인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 한국은 지형적으로 해상풍력에 매우 유리하며, 글로벌 선도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해상풍력은 단순히 ‘육지보다 바람이 더 센 곳’에 설치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 에너지 체계를 바꾸는 공간적 혁신이다. 이제 바다는 풍력의 미래이자, 에너지 독립과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무대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