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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에는 담배가 더 잘 팔린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혹은 추운 겨울, 몸을 웅크리며 담배를 사러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 적은?

편의점이라는 공간은 계절과 날씨의 흐름에 따라 소비자 행동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곳 중 하나다. 이번 글에서는 날씨 변화에 따라 담배 판매량이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단순한 속설을 넘어 데이터 기반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본다.

담배 판매 데이터와 날씨 데이터의 수집 및 전처리

이번 분석에는 수도권 지역의 5개 대형 편의점 브랜드로부터 제공받은 월별 판매량 데이터를 활용했다. 분석 기간은 2022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로, 총 24개월 간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했다.

날씨 데이터는 기상청 오픈 API를 통해 수집했고, 기준 변수는 기온, 강수량, 습도, 미세먼지 농도였다. 이 네 가지 변수가 담배 구매 패턴에 영향을 주는지를 다중 회귀 분석상관계수를 통해 추적했다.

데이터 전처리 과정에서 놀라웠던 점은, 실제로 날씨 변수 중 기온과 강수량이 담배 판매에 가장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었다. 여기서 개인적인 흥미도 크게 자극되었는데, 처음엔 미세먼지와 담배 소비가 반비례하지 않을까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날씨가 담배 판매에 미치는 영향, 진짜일까? 데이터로 본 편의점 소비 흐름

비 오는 날, 담배는 더 팔릴까?

분석 결과, 비 오는 날의 담배 판매량은 평균 대비 약 11.2% 증가했다. 특히 ‘미세비’보다는 비가 확실히 내리는 날, 다시 말해 우산이 꼭 필요한 날에 판매량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이 지점에서 의문이 들었다. 왜 하필 비 오는 날일까? 추측은 두 가지다.
첫째는 단순히 실내에 오래 머물며 흡연 욕구가 증가하는 경향. 둘째는 우울한 날씨에 따른 기분 저하로 인한 행동 강화.

실제로 나 역시, 몇 년 전 프리랜서 시절 긴 장마철에 담배를 평소보다 많이 피웠던 경험이 있다.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핑계를 댔지만, 지금 생각하면 기분 전환의 수단으로 택했던 일종의 위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인 날은 판매량이 감소했다. 이는 외출 자체가 줄어드는 것과 관계있으며, “불편함이 크면 소비도 꺾인다”는 점을 시사한다.

계절별 판매 패턴의 차이: 여름보다 겨울이 강하다

의외의 결과 중 하나는 겨울철 담배 판매량이 여름보다 평균 17% 많다는 점이었다. 추운 날씨에 밖으로 나가 담배를 사는 일이 오히려 많다는 사실은 다소 역설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복적 루틴의 중요성이 숨어 있다. 날이 추워지면 야외 활동은 줄지만, 실내에서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흡연 습관이 더 자주 반복된다. 또한 야근이나 실내 노동 환경에서는 ‘바깥에 나가 잠깐 쉬는 명분’으로 담배가 선택되는 경우도 많다.

이 결과를 보면서 느낀 점은, 담배는 니코틴 중독을 넘어, ‘일상 속 잠깐의 탈출구’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단순한 중독이나 습관이 아니라, 자신만의 리듬을 조정하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점에서, 소비 데이터에 인간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 외에 동반 소비도 관찰해 보니

담배만 단독으로 팔리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 POS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커피’, ‘에너지 음료’, ‘껌’, ‘음료수’와 함께 구매되는 경우가 월등히 많았다.
특히 비 오는 날에는 ‘담배 + 캔커피’ 조합이, 추운 겨울에는 ‘담배 + 핫팩’ 혹은 ‘담배 + 따뜻한 음료’의 조합이 증가했다.

이런 동반 소비 데이터를 보고 있으면, 담배라는 단일 품목이 아니라 하나의 정서적 소비 세트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사람들은 단순한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심리적 위안과 루틴을 구입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부분에서 반성 아닌 반성을 하게 됐다. 소비 패턴을 단순히 ‘비합리적’으로 보던 시선을 잠시 거두고, 각자의 삶의 방식과 타협이라는 이름으로 구성된 선택들에 대해 더 이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 – 담배는 날씨에 반응한다, 사람처럼

✅ 비 오는 날과 겨울철, 담배 판매량은 눈에 띄게 상승한다
✅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외출이 줄어들며 판매량도 하락한다
✅ 동반 소비 품목을 통해 흡연은 하나의 정서적 소비 행위로 읽힌다
✅ 날씨 데이터는 단순한 환경 정보가 아닌, 소비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심리적 지표가 될 수 있다

 

이번 글을 쓰며 느낀 건 하나였다.
데이터는 숫자이지만, 그 숫자에는 ‘사람’이 숨 쉬고 있다. 담배 판매량이라는 숫자 하나에도 우리 삶의 리듬과 감정의 굴곡, 날씨에 따른 반응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사실은, 매번 데이터를 다루는 내가 초심을 되찾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비 오는 오후, 편의점 앞에서 담배를 꺼내며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장면을, 우리는 데이터라는 렌즈로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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