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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열린 날, 예약도 함께 불타올랐다
최근 몇 년간 여행을 떠날 때 내가 가장 먼저 여는 앱은 지도도, 날씨도 아니다. 숙박앱이다.
놀랍게도, 이 숙박앱의 예약률은 단순히 주말과 평일 차이만 있는 게 아니다. 지역 축제 기간 동안, 특정 도시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 때 예약률은 놀라운 그래프 곡선을 그린다.
이번 분석은 바로 이 점을 추적했다. 단순히 "많이 예약됐다"는 감각이 아닌, 데이터가 말하는 이야기를 통해 지역 축제와 숙박앱의 상관관계를 들여다봤다.
갑작스레 뛰는 예약률, 축제와의 묘한 교차점
이번 분석에서는 국내 주요 숙박앱 두 곳의 API 데이터를 활용하여, 2022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의 일별 예약률 변화를 추출했다.
기준 지역은 진주 남강 유등축제, 보령 머드축제, 안동 탈춤 페스티벌, 화천 산천어 축제, 춘천 마임축제 등 지역별 대표 축제 5곳이다.
데이터를 겹쳐보니 일정한 패턴이 나타났다. 축제가 시작되기 3~5일 전부터 예약률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축제 첫날을 기준으로 예약률은 평소 대비 평균 3.4배 상승했다. 가장 높은 곳은 화천 산천어 축제로, 숙박 예약이 4.9배까지 치솟았다.
재미있게도 예약이 급등한 날은 반드시 금요일이나 주말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안동 탈춤 페스티벌이 열리던 10월 중순 화요일에도 숙박률은 평소 대비 270% 가까이 증가했다. 이걸 보며 문득, 사람들은 ‘달력의 빨간 날’이 아닌, 특별한 경험의 가능성에 반응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숙박 유형에 따라 다른 예약 패턴
축제 기간에 예약이 증가했다는 건 직관적으로 예상 가능한 부분이지만, 어떤 숙소가 선택되었는지를 보면 이야기의 결이 달라진다.
호텔보다 게스트하우스와 펜션, 농가 민박의 예약률이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특히 진주의 유등축제 기간에는 시내 호텔보다 차로 15분 이상 떨어진 외곽 펜션의 예약률이 320% 증가한 사례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데이터는 나에게 흥미로우면서도 따끔한 교훈을 안겨줬다.
여행을 계획할 때 늘 ‘시내 중심의 호텔’만 고집했었는데, 사람들은 꼭 그런 기준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경험의 확장성이 더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좋은 숙소’란 단지 깨끗하고 가까운 것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라는 걸 이 데이터를 통해 배웠다.
예약 타이밍 분석 – 사람들이 언제 숙소를 잡는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예약 시점이다.
축제 시작 기준, D-5부터 예약률이 가파르게 증가하는데, 재미있게도 지역 축제가 TV나 SNS 뉴스에 등장한 바로 다음 날 예약률이 확 뛰었다.
특히 유튜브에서 현장 브이로그 영상이 1만 회 이상 조회되었을 때, 해당 지역의 예약 검색량도 2배 이상 증가했다.
결론적으로, 정보 노출 타이밍이 숙소 예약 시점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축제를 주최하는 입장에서 SNS 마케팅이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마리라는 점이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이걸 보며 한때 내가 블로그에 축제 글을 올리고 ‘몇 명이나 보겠어’라고 생각했던 게 부끄러웠다.
누군가는 그 글을 보고 진짜로 예약하고, 짐을 싸고, 출발할 수도 있다는 사실. 데이터는 그 ‘가능성의 순간’을 숫자로 증명했다.
데이터가 알려주는 지역 관광의 진짜 파급력
이번 분석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하나다.
지역 축제는 단지 ‘문화 행사’가 아니라 숙박, 교통, 식음료 등 다양한 산업을 동시에 견인하는 거대한 레버리지라는 점이다.
실제 축제 개최일 기준 3일 전부터, 해당 지역의 배달앱 사용량도 증가했고, 식당 리뷰 수 역시 1.7배 상승했다.
작은 축제가 만들어내는 이 ‘도시의 소용돌이’가 얼마나 강력한지 실감할 수 있었다.
나의 생각이 바뀐 건 이 지점이다.
기존에는 축제를 "지역민의 이벤트"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전국적인 경제 이벤트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디지털 데이터는 이 모든 영향을 추적하고 예측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는 점에서, 지역 축제 기획자들에게 꼭 필요한 리포트임을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