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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과 자동화 흐름은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는 ‘비대면’이라는 단어가 모든 산업의 중심에 자리 잡으면서, 무인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카페, 편의점, 피트니스 센터, 심지어 코인 노래방까지 이제 사람 없는 매장은 낯설지 않다. 그런데 이 무인화 바람이 가져온 사회적 변화는 과연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지역별 무인매장 증가율과 실업률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이 흐름이 자영업과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에게 남는 고민은 무엇인지를 함께 생각해 보려고 한다.
무인매장의 확산, 도시와 지방의 속도 차이
2020년 이후 무인매장 수는 전국적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무인매장 수는 약 3만 곳을 돌파했으며, 이는 2020년 대비 약 280% 증가한 수치다. 특히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에서 이 증가율은 더욱 뚜렷했다.
서울 강남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인천 송도는 대표적인 무인카페, 무인편의점 밀집 지역이다. 반면 전남, 강원 북부, 충북 일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증가율이 낮았으며, 해당 지역의 무인매장 비율은 전국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데이터를 정리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인화는 분명 효율을 높이지만, 지역 간 경제 격차를 또 다른 방식으로 벌리고 있는 건 아닐까? 특히 지방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무인화의 도시 집중’을 꼽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조금 씁쓸했다.
무인화 확산 이후 실업률, 정말로 영향을 주었을까?
그렇다면 무인매장 증가가 실업률에 실제로 영향을 주었을까? 통계청 고용 동향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인매장 급증 지역과 실업률 변화를 비교해 보았다.
서울, 경기, 부산 등 대도시는 무인매장 수가 급격히 늘었지만, 의외로 실업률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자영업 시장 내 ‘형태의 전환’으로 인해 나타난 결과로 해석된다. 즉, 전통적인 고용 형태는 줄었지만, 프랜차이즈 오너형 운영자나 무인매장 관리업체 등의 간접 고용 형태가 새롭게 생겨났다는 뜻이다.
반면, 지방 중소도시는 사정이 달랐다. 무인매장 증가율은 낮지만, 기존의 일용직·파트타임 일자리가 급감하며 실업률은 오히려 증가한 곳이 적지 않았다. 이 분석을 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자동화는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가 아니었고, 기술의 혜택은 도시 중심부에 더 가까웠다는 점을 수치로 마주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입장에서 본 무인화, 기회인가 위기인가
무인화는 자영업자에게도 양면성을 띤다. 인건비 부담 없이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브랜드력과 초기 투자금이 없는 소규모 창업자에게는 점점 높은 진입장벽이 되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무인카페 A사의 가맹비와 초기 장비 설치비만 5,000만 원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개인 창업자보다는 자본력이 있는 투자형 창업자에게 유리한 시장이다. 즉, 기술 기반 자본주의의 양극화가 자영업 시장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뜻이다.
나 또한 과거 창업을 준비하며 무인 시스템 도입을 고민한 적이 있다. 하지만 수익률보다 초기 비용이 훨씬 커 보였고, 결국 선택하지 못했다. 지금은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뒤처진다’는 불안감도 함께 겪었다. 이건 아마도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정책 방향은?
결국 무인매장의 증가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중요한 건 이 변화 속에서 누가 소외되는지를 인식하고, 그 간극을 메우는 정책을 설계하는 일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몇 가지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첫째, 지역별 기술 인프라 격차 해소다. 지방에서도 무인매장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도록 장비 임대료나 초기 시스템 구축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기존 일자리 전환 지원이다. 무인매장 관리, 유지보수, 물류 등의 분야에서 중장년층의 재취업을 유도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셋째는 디지털 교육 강화다. 무인화가 단순히 기계를 설치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한 운영, 재고 관리, 고객 행동 분석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이를 다룰 수 있는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기술이 사회 전체를 이롭게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사람 중심의 설계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느꼈다. 무인매장이라는 트렌드 뒤에는, 사라진 누군가의 일자리와 그로 인한 생계의 무게가 숨어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