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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는 매주 ‘전단지’라는 형태로 할인 품목을 소비자에게 알린다. 전단지는 한때 종이 광고물의 상징이었지만, 요즘은 모바일 앱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디지털 방식으로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전단지에 소개된 제품이 실제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들고 있는 걸까? 단순히 눈길을 끄는 것과 실질적인 구매 증가로 이어지는 것 사이에는 분명 간극이 존재한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마트 POS(Point of Sales)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단지에 실린 상품들의 매출 변화가 얼마나 일어나는지를 분석해 본다. 또한 전단에 노출된 상품이 아닌 일반 품목들과 비교하여, ‘할인’이라는 요인이 소비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함께 살펴보았다.

"할인 그 너머,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든 마트의 심리전"
마트의 마케팅 전략

전단지 할인 품목, 매출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

2023년 상반기 기준으로 국내 주요 3대 마트(A사, H사, L사)의 모바일 전단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당 주간 매출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총 8주 동안 전단지에 반복적으로 등장한 30개 주요 할인 품목이었다.

전단지에 노출된 제품의 평균 매출 증가는 약 28.4%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전 품목이 일괄적으로 상승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생필품(화장지, 세제 등)은 최대 65%까지 매출이 급증한 반면, 냉장식품이나 디저트류는 10% 미만의 상승에 그친 품목도 있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기저 효과’였다. 이미 평소에도 잘 팔리던 상품은 할인 후에도 매출 증가폭이 크지 않았고, 오히려 잘 팔리지 않던 중저가 생필품이 전단지 노출을 기점으로 구매가 크게 늘어났다.

예전엔 나도 전단지에 뜬다는 이유로 마트에 들러 물티슈나 라면을 묶음으로 샀던 기억이 난다. 그땐 진짜 필요한 지보다 ‘지금 사면 이득일 것 같다’는 기분이 더 컸다. 이 글을 쓰며 다시 그 소비를 돌아보니, 합리적인 소비가 늘 감정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

전단지 미노출 품목의 구매 패턴은 어떻게 다른가?

전단지 외 일반 품목의 동기간 매출 상승률은 평균 6.5%에 불과했다. 즉, 프로모션에 포함되지 않은 제품들은 계절 요인이나 주말 방문객 증가 외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그렇다고 전단지 외 제품이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전단지 제품을 사러 온 고객이 ‘함께 구매’하는 비계획 제품들이 있다. 이를 분석해 본 결과, 가장 높은 동반구매율을 보인 품목은 ‘계란+우유’, ‘라면+김치’, ‘화장지+물티슈’ 조합이었다. 전단에 계란이 뜨면 우유 매출도 연동 상승하는 식이다.

이 조합을 보면 참 현실적이다. 실제로 마트를 돌다 보면, 장보기가 아니라 마치 미션처럼 목록대로 움직이게 된다. 하지만 결국 계산대에 도착하면 ‘원래 안 사려던 거’가 몇 개씩 추가되어 있다. 내 경우에는 전단지에 뜬 참치캔을 사러 갔다가 유통기한 임박 할인 스낵을 덥석 집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람은 합리적 존재라기보다, 순간순간 감정에 설득되는 존재라는 걸 실감한다.

할인 효과는 며칠 지속될까?

데이터를 보면, 전단지 할인은 대체로 ‘3일 효과’에 그친다. 금요일부터 시작된 프로모션은 일요일까지 판매량이 정점을 찍고, 이후 급격히 하락한다. 대형마트의 방문 패턴이 주말에 집중되어 있는 점도 영향을 준다.

하지만 일부 품목은 할인 종료 후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유지한다. 이런 제품은 공통적으로 ‘체험 후 만족도’가 높은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냉동 간편식, 기능성 음료, 반찬류 등이 해당됐다. 즉, 처음에는 ‘싸서 샀지만’ 먹어보니 만족스러워 다시 찾는 유형이다.

마트 입장에서는 이런 제품이 가장 이상적이다. ‘입문용 할인 → 충성고객 확보’ 구조가 되는 셈이다. 실제로 데이터 분석 결과, 이 구조에 맞는 상품은 할인 종료 후 2주까지도 매출 하락폭이 10% 미만에 머물렀다. 이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지표다.

개인적으로는 할인으로 처음 접했던 냉동 국물떡볶이가 인상 깊었다. 간편하면서도 맛이 좋아 한동안 자주 샀고, 지금은 할인 여부와 상관없이 종종 장바구니에 담는다. ‘싼 맛’으로 시작했지만 ‘익숙함’으로 남은 셈이다.

마트 마케팅은 결국 ‘기억’을 파는 일

분석을 마무리하며 느낀 건, 전단지 할인이라는 단순해 보이는 행위도 소비자 심리를 깊이 관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가격만 내린다고 팔리는 것이 아니라, **할인을 ‘어떻게 알리고’, ‘어떤 맥락에서 체험하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전단지 할인 전략은 단기 매출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고객 경험 설계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할인은 고객을 데려오되, 만족은 그들을 남게 만든다.

내가 마트에서 반복 구매하는 제품을 살펴보면 결국 ‘전단지 할인’으로 처음 만났던 제품이 꽤 많았다. 그 순간은 지나갔지만, 브랜드는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마트는 상품이 아니라, 경험의 시작점을 팔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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