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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상품은 언제나 '신상품'이다. 진열대 한가운데에, 큼지막한 POP 광고와 함께 진열된 신제품은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충분하다. 하지만 소비자의 선택은 단순히 ‘한 번의 구매’에 머무르지 않는다. 과연 이 제품이 두 번, 세 번 다시 선택받을 수 있을까? 결국 상품의 진정한 경쟁력은 ‘재구매율’에서 판가름 난다.

이번 글에서는 편의점 신상품의 재구매율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고, 실제 소비자 행동과 맞닿아 있는 마케팅 전략까지 함께 짚어본다.

신상품 출시는 언제가 가장 많을까?

편의점 신상품은 생각보다 체계적인 사이클을 따라 출시된다. 분석해 본 결과, 가장 많은 신제품이 출시되는 시점은 계절이 바뀌는 시기였다. 특히 3월(봄), 6월(여름), 9월(가을), 11월(연말·겨울 시즌 한정판) 즈음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 시기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가 일어나는 시점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여름에는 아이스 음료, 냉장 디저트류가 몰리고, 겨울에는 따뜻한 컵밥, 가열 가능한 즉석식품 출시가 많아진다. 실제로 데이터를 살펴보면 2023년 하반기 기준, 11월에 출시된 신상품의 비중이 전체 월간 신상품의 18%를 차지했다.

개인적으로도 겨울에 나온 '고구마 라떼'나 '군밤 아이스크림' 같은 한정판 제품을 사 먹은 적이 많은데, 당시에는 신기해서 사봤지만 두 번째 구매는 없었다. 맛보다는 '호기심 소비'였던 셈이다.

“한 번 사고 끝? 진짜 좋 제품은 ‘다시 사게 만든다’ – 편의점 신상품 재구매율 데이터 분석”
신상품 출시에 따른 재구매율

재구매율 분석 – 3일 차에 갈리는 운명

신상품의 성패는 출시 직후 3일 안에 판가름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석에 사용한 샘플 데이터는 국내 주요 편의점 브랜드 2곳에서 2022~2023년 사이 출시된 50개의 신상품으로, 매출 로그와 회원 데이터를 활용해 재구매율을 계산했다.

전체 평균 재구매율은 약 22%로, 대체로 5명 중 1명이 해당 상품을 다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제품 카테고리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나타났다. 음료류는 재구매율이 30%에 육박한 반면, 가공식품이나 디저트류는 15% 내외에 머물렀다. 이유는 간단했다. 간편하고, 자주 접할 수 있으며, 가격이 낮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출시 3일 안에 첫 번째 재구매가 발생한 제품일수록 7일 이내 2회, 한 달 이내 3회 이상 재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2배 이상 높았다는 것이다. 즉, 소비자에게 빠르게 ‘괜찮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재구매를 좌우했다.

나 역시 몇 달 전 편의점에서 우연히 마신 ‘꿀밤라’가 생각난다. 첫맛은 고소하고 특이해서 좋았지만, 두 번째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때 느꼈다. ‘신기해서 한 번’과 ‘익숙해서 계속’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는 걸.

카테고리별 재구매 성공 요인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카테고리별로 재구매율이 높았던 상품의 공통점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음료류는 가격이 2,000원 이하로 접근성이 좋고, 기존 베스트셀러 맛에 변형을 준 ‘안전한 실험’ 형태의 제품들이 높은 성과를 냈다. 예: ‘초콜릿우유+캐러멜’ 또는 ‘제로콜라+복숭아’

간편식(HMR)은 맛 외에도 전자레인지 조리 편의성, 소비자 리뷰 반응이 성패를 좌우했다. 1인 가구가 많아진 지금, '한 그릇 식사' 형태로 구성된 제품은 단골이 붙을 가능성이 컸다.

스낵/디저트는 충동구매가 많지만 재구매율은 가장 낮았다. 이유는 다양했다. 고칼로리, 한번 맛보면 충분한 자극적인 맛, 시즌성 상품이 많다는 점이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패턴을 보면 결국 신상품의 성공은 ‘지속 가능성 있는 경험’을 얼마나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잠깐 반짝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 소비자는 다시 그 제품을 찾을 이유를 갖고 있어야 한다.

경험에서 배우는 마케팅 인사이트

분석을 마치고 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편의점에서 얼마나 자주 같은 제품을 다시 사 먹고 있을까?’ 정작 나는 마케팅을 공부하고 있지만, 소비자로서의 행동은 다소 충동적이고 일회성인 경우가 많았다.

결국 마케팅이라는 건 단지 사람을 ‘끌어당기는’ 기술이 아니라, 그 사람을 계속 ‘머물게 하는’ 설계라는 점을 다시 느꼈다. 앞으로는 나 스스로도 어떤 소비에서 ‘다시 사 먹을 만큼 가치 있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해보려 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계획 중이다. 앞으로 한 달간 내가 편의점에서 반복 구매하는 제품을 기록해보려 한다. 과연 어떤 제품이 몇 번이나 반복될지, 그 속에서 브랜드가 가진 진짜 힘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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